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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마켓 필라델피아에 사람냄새가 나는 곳이 있다. 9가에서 다운타운의 고층건물을 조금 벗어나 남쪽으로 걷다 보면 크리스찬 스트리트부터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평상시 다운타운의 넓은 스트리트에 비해 사람이 많지 않아 텅 빈 거리에서 느껴오는 공허함과 약간 건조함 같은 느껴지지만 이탈리안마켓에 접어들면서 그런 생각은 사라진다. 죽 늘어선 자판에 짜임새 있게 쌓여있는 야채,과일, 잡화들, 물건을 팔기 위해 목소리를 크게 외쳐대는 상인들, 깍아 달라 실랑이를 하는 아주머니들 흡사 한국의 시장골목에서 풍겨오는 정겨움이 묻어난다. 이탈리안 마켓은 1800년 이탈리아에서 온 이주자들이 다운타운 외각에 자리를 트며 자생적으로 생겨난 곳이다. 이주자들은 고향을 떠나 미국에 이주를 해왔지만 생활풍습이나 음식은 쉽게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김치를 떨쳐버릴 수 없는 것처럼. 시장분위기는 국경을 넘어 비슷하다. 이탈리안 마켓은 필라델피아에서 유럽의 음식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북적대는 사람들과 시장상인들의 고성 속에서 얼큰한 김치 냄새가 아닌 고소한 치즈냄새가 순대국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대신 피자를 먹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이 다른 뿐이다. 이탈리안 마켓은 365일 활기차 있다. 자판이든 가게에서든 푸릇푸릇, 탱글탱글한 야채,과일을 퍼득퍼득,신선한 생선,고기 등을 살 수 있다. 거기에 이탈리안마켓의 치즈와 소시지는 Best Philly에 여러 번 선정된 가게가 많을 정도로 필라델피아최고를 자부한다. 물론 일반 마트보다 싸게 팔고 있지만 슬쩍슬쩍 깎는 맛도 있고 한 두 개 더 얹어주는 정도 느낄 수 있다. 피자 굽는 냄새 속에 녹아있는 고소한 치즈 냄새 펄펄 거리는 생선 속에서 느껴오는 비릿한 냄새 거기에 왁자지껄한 사람냄새가 나는 곳. 필라델피아 이탈리안 마켓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