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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범의 이민소설 '접목'  
작성일 09-06-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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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목IV-떠난 자와 남은 자-1

떠난 자와 남은 자1



상수가 떠나가는 절차는 생각보다는 훨씬 빨랐다.

브로커에게 먼저 5십만원의 선수금을 건네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한 달 후 브로커에게 중도금 5십만원을 건네고 나자 상수의 손에 여권이 쥐어졌다.

여권을 받아 들기 전만해도 실질적인 준비를 하지 않고 있던 상수는 여권을 받아들자 허둥대기 시작했다.

"무엇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을까?"라고 몇 번씩이나 익수에게 묻곤하던 상수는의 모습은 불안하게만 보였다.

익수가 현정을 만난 것은 상수가 그렇게 허둥대던 뜨거운 여름날 이었다.

그날도 상수의 부탁으로 시내에 나가 상수가 가지고 ê°ˆ 몇가지 물건들을 사가지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ê³§ê²Œ 뻗은 전주를 동서로 관통하는 구도로인 팔달로에 밤이면 화려한 네온을 뽐내던 미원탑(미원광고 탑이었는데 그런 네온의 탑을 구경한 적이 없었던 그곳 사람들은 ê³§ ê·¸ 광고물을 미원탑이라 이름짓곤 전주의 명물로 만들어 버렸다.) 앞에서 망연히 담배를 물고 있었을 때였다.



신호등이 몇 번인가 바뀌고 그리고 익수는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서 갑자기 갈 곳을 잃어버렸다.

아니 하얗게 머리가 비어버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서있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언제였던가? 이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 서있었던 것이.......'

그렇게 망연하게 서있는 익수의 뒤로 꽤나 많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서있었던 것을 익수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12시만 되면 요란스럽게 울려대던 오포(정오면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가 웨엥~하며 울렸다.

사이렌 소리가 차츰 어지자 익수의 뒤로부터 일단의 젊은이들이 길가로 뛰어 나왔다. 어느새 썼는지 그들은 마스크나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곤 주먹을 불끈진 채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독재타도~!"

"광주학살 책임져라!"

"때려잡자! 전두환!"

"살인마! 전두환!"

"민주쟁취"

등의 구호가 터져나왔다.

익수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몸을 전률하기 시작했다.

정말 까맣게 잊혀져버린, 아닌 잊으려고 노력했던 구호들이 그의 면전에서 함성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다시는 뻗지 않으렸던 손들이, 주먹들이 그의 눈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렇게 기습적으로 구호를 외치기 시작한지 5분이나 되었을까?

군화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방패를 들고 투구를 쓴 전투경찰의 모습이 저만치로 코너를 들아 뛰어 나오고 있었다.

익수는 마치 아주 먼 옛날의 그림을 보는듯했다.

이 자리를 벗어나야한다는 것은 생각 뿐, 익수의 몸은 생각을 따라 움직여 주지 않았다.

곧 구호를 외치던 대학생들과 전투경찰이 서로 대치하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의 구호는 더욱 커져만 갔고  ì„œë¡œ 바라보는 눈에는 적의가 불타올랐다.

이윽고 전투경찰 쪽에서 확성기를 통한 방송이 시작 되었다.

"지금 여러분의 시위는 불법이다. 곧 해산하기 바란다."

"해산하지 않을 경우 법에 따라 연행하겠다."

확성기의 소리가 들리자 대학생들의 구호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마치 확성기 소리와 구호소리가 서로 화답하는 듯 했다.

그러한 광경에 익수는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익수의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이 익수를 80년 5월의 하늘 밑으로 데려가버렸다.



끝인줄 모르게 이어지던 시위행렬. 끝없이 부디쳤다가 흩어지곤 흩어지다간 다시 모여들던 친구들........

맹렬하게 터져나오던 최루포와 최루탄들, 그리고 끝없이 쏟아지던 눈물 콧물.......

그렇게 밀고 도청 앞에까지 진격했던 80년의 봄.

도청광장 앞에서 포위된 채 구호를 외치던 동지들과 후배들.......

결국 양쪽 사거리에서 열을 맞추어 밀고들어오던 최루가스를 품어대던 장갑차.......

그리고 그 장갑차를 저지하기 위해 아스팔트 위로 누워버렸던 여학생들.......

그리고 그 위를 넘어오던 장갑차들.......

비명소리, 단발마 소리, 그리고 다죽여라고 외치던 광기어린 경찰의 모습.......

그리고 머리 위로 쏟아지던 곤봉세례.......

익수는 장갑차에 깔린 여학생들이 어떻게 되었나를 생각할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ê²½ì°°êµ­ì˜ 담을 뛰어넘어 뒷길로 뒷길로 도망을 쳤다. 시민들이 바가지에 떠주는 물로 얼굴을 씻고 바가지채 찬물을 들이키자 돌아오던 의식들....... 그리고 남은 바가지 물위로 새빨갛게 떨어져 번저가던 핏방울들.......

그렇게 돌아온 캠퍼스, 모닥불을 피우고 쉰목소리로 외치던 독재타도~! 민주쟁취~!

아침이슬과 우리들은 정의파다의 노래들.......

밤이 깊어지자 뒷산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고 모닥불마져 기울어졌을 때 밀고 들어오던 계엄군들.......

그리고 시작된 인간사냥.......

옥상까지 몰린 경민이 꽃잎처럼 도서관 옥상으로부터 떨어지던 기억.......

그리곤 쏟아지던 발길질과 곤봉세례......



지난 4년 동안 익수의 꿈 속에서 일어나던 악몽들이 익수의 눈앞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이윽고 대열 앞에서 최루탄이 콩볶듯이 터지기 시작했다.

최루탄이 하얀 연기를 내품으며 떨어지자 대열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흩어졌던 대학생들은 곧 돌멩이를 투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방패로 투구로 무장한 전경들에게 떨어지는 돌멩이는 그리 큰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콩볶는 소리와 함께 최루탄이 보도로 흩어진 대학생들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최루탄이 떨어지는 자리마다 대학생들은 흩어져 갔다.

최루탄과 돌멩이가 오가는  ê°€ìš´ë°ì—ì„œ 익수는 꼼짝을 í•  수가 없었다.

'이것은 꿈이야, 그래 꿈이야 괜찮아......."라고 익수는 중얼거렸다.

갑자기 전경들의 대열사이에서 폭음과 함께 화염이 솟았다.

그것을 기점으로 대학생들로부터 화염병이 불을 단체 익수의 머리 위를 넘어 전경들 쪽으로 날아갔다.

화염병이 생각보다 큰 폭발음으로 터지며 불꽃을 피워내자 전경들의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익수의 머리로 돌멩이 하나가 부디친 것은.......

익수는 순간 머리를 감싸안으며 주저 앉았다.

'이 것은 꿈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끈적한 핏물이 익수의 소가락 사이로 스며나왔다.

갑자기 함성소리와 함께 전경들 뒤로부터 하얀화이바를 쓴 무리들이 달려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들은 대학생들 사이로 뛰어들어 무차별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은 힘없이 무너저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 구타는 익수를 피해가지 않았다.

익수의 몸위로 80년의 5월처럼 발길질과 몽둥이가 쏟아져 내렸다.

익수의 몸과 의식은 80년의 5월처럼 까무룩 멀어져 갔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갑자기 악을 쓰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학생이 아니예요!"

"때리지마요! 이 사람은 데모데가 아니예요!"

여자의 목소리였다.

희미하게 아주 단정한 모습의 여자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여자가 다가와 익수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어 잡아일으키는 느낌을 받고 익수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그 여자의 걸음이 이끄는대로 걸음을 옮겼다.

어깨위로 핏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한사거리도 채 지나기 전에 위치한 병원으로 익수는 끌려들어갔다.

그리곤 익수는 의식이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멀어지는 의식은 회색에서 순간 광망처럼 하얀 백색이 되어버렸다.



익수가 의식을 차린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눈을 떴을 때 석양빛이 길게 창을 넘어와 익수가 누워있는 침대 위로 기어들고 있었다.

머리에 오는 통증으로 손을 머리로 옮겼을 때  ë¨¸ë¦¬ì— 감겨 있는 붕대가 만져졌다.

그리고 하늘색 환자복으로 갈아입혀져 있는 자신을 보았다.

익수는 당황했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ì´ê³³ì—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수는 침대에서 발을 내려 신발을 찾아 신으려 했다.

그 때였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온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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