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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로의 세상보기  
작성일 26-01-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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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그 回歸性의 그리움
설날, 그 回歸性의 그리움'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설날이 오면 괜스레 즐겁고 들뜨던 마음이 담긴 어릴 적 입에 익은 노랫말이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아! 까치에게도 설날이 있구나!'   생각했다. 까치설은 까치들의 설날이 아니라는 것은 한참 세월이 흐른 뒤이다.   '까치설'은 작은 설날을 뜻하는 말이었다.

'까치 까치'하던 그 까치는   우리가 설빔으로 입던   까치저고리를 뜻하는 것이었으리라. 까치저고리, 바로   색동저고리를 입고 눈길을 건너 세배를 다니던 시절이 눈에 아른거린다.   설날 바로 전날에 색동저고리를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입을 설빔을 준비하면서 색동저고리의 설날은 어저께라고 한 것이라 한다.

빈 가지 위에서는 진짜 까치가 울어대고 까치저고리 입은 우리들의 눈 닿는 끝가지 이어지는 눈길을 밟고 오는 반가운 이들 그리운 이들… 설날의 풍경은 그렇게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생각은 늘 하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것도 많다. 잊어버리고 지키지 못하는 것이야 망각 속에 있으니 마음 아프지 않지만, 잊지 못하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늘 마음 한 편에 아픔으로 남아 있다.

우리들의 명절이 바로 알고도 지키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오월 단오가 그렇고, 추석이 그렇고 설날이 그렇다. 그 많은 것들 중에 우리가 가장 가슴 아파하는 날은 아무래도 추석과 설날이 아닌가 싶다.

추석은 그런대로 자신의 이름을 유지해왔지만 설날은 그 수난도 참 많았다. 저 멀지도 않은 유신시절 , 마치 서구적 가치가 최고라고 여겨지던 시절, 설날은 무척이나 많은 수난을 당했다. 양력으로 말미암아 생긴 신정과 구정으로 나뉘어졌다가 명절 자체가 신정으로 통합되기도 했고,   그 후엔 민속의 날로 이름이 바뀌는 수난을 겪었다. 이제 설날은 본래의 이름을 되찾다,

많은 정권적 차원의 시도들이 무산되고 결국 설날로 돌아온 것은 우리들 마음속에 아름다운 고향처럼 있는 설날은 권력의 강압에 의해 사라질 수 없는 것이다. 정권 차원에서 구정을 없애도 국민들은 묵묵히 설날을 지켰던 것이다. 결국 그런 무언의 항의들이 설날을 다시 민족의 명절로 되돌려 놓았다.

추수 때의 추석과 더불어 설날은 우리민족의 정신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명절이다. 추석과 설날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으로 향한다. 고향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고향을 찾아 부모님을 만나고 가족과 친지들을 만난다. 그렇게 해서 우리들은 한 가족임을 확인한다.

추석과 설날을 회귀(回歸)의 절기라고 한다. 마치 연어가 회귀하는 것처럼 각지로 떠나 있던 가족들이 고향으로 부모에게로 회귀한다. 연어가 자기가 태어난 하천을 찾아 수만리의 길을 헤엄쳐 자신의 고향을 확인하고 새 생명의 씨를 뿌리고 죽는 것은, '고향으로의 회귀'라는 자신의 기원에 대한 확인과 그곳에서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확산된 윤회의 개념이 있다.

우리가 추석이나 설날에 고향을 찾아 가는 것은 바로 이 생명의 시발점으로 돌아가려는 회귀성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곳에 가서 자신의 존재의 처음을 확인하고 건강한 넘치는 생명력을 다시 채우고 돌아 오려하는 원초적이고도 본능적인 행동의 소산인지도 모른다.

외국생활을 하는 우리들은 그런 생명의 원천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지금이야 십여시간이면 고향의 하늘 밑으로 회귀할 수 있다. 그러나 설날에 고향을 찾기란 쉽지 않고 이 곳에서라도 설날을 지키고 기리는 것조차 힘겹다. 바쁜 외국생활이 가져다준 척박하고 여유 없는 우리 마음의 결과이다.

어쩌면 더 무서운 일은 그렇게 바빠서 지키지 못하는 우리들의 설날이 결국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우리의 의식 속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설날이라는 이름은 살살한다, 모든 것을 조심스레 살살 하는 날이라는 뜻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새해를 맞이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조심하고 경망스럽지 않아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자세를 가다듬는 날이라는 뜻도 된다.

올해 설날에는 하루 전쯤부터 전화기를 들고 두고 온 조국의 부모님에게, 형제와 가족들에게, 친척들에게 친구들에게 전화라도 해보자. 그래서 안부를 묻고 서로 전화선을 통해서이지만 '아직도 나는 당신들을 잊지 않고 있노라.'는   "그래서 당신들도 나를 잊지 말라. '는 그런 확인들을 해보자. 회귀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올 설엔 전화선을 통해서라도 회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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