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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로의 세상보기  
작성일 11-02-2010
ㆍ추천: 0  ㆍ조회: 9350    
<이하로의 세상보기>폭설 속에 고립되다.
눈이 참으로 많이 왔다.
지난 주말의 기록적인 폭설에 이어 수요일과 화요일 이틀간에 내린 눈은 가히 눈폭탄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했다.
모든 도시의 기능이 정지되어 버렸다.
인간의 왜소함이, 자연의 무서움이 한순간에 극명하게 나뉘어지는 경험이었다.
모든 것이 눈 속에 고립되어 버렸다.
나갈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갇힌 경험.
만약 폐쇄공포증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극심한 공포를 느꼈으리라.
눈이 많이 내리는 데도 불구하고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눈은 내리고 차들도 나오지 않아 눈만이 아우성을 치며 내리고 있었다.
차를 천천히 몰고 한인들이 많이 다니는 5가 지역과 챌튼햄 지역을 돌아다녀 보았다.
인도는 이미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아니었고 사람들은 차도로 몰려나와 걸어가고 있었다.
사람도 차도 다 눈속에 파묻혀 버렸다.
5가 지역을 내려가다 보니 몇몇의 가게가 문을 열고 있었다.
모두가 다 한국사람들의 가게.
문득 울컥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왜 유독 한국사람만이 이 폭설 속에서도, 그것도 비상을 선포할만큼 대단한 눈폭탄 속에서도 문을 열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문을 열지 않으면 도저히 불안해서일까?
아니면 오늘 문을 열어 수입이 없으면 안되는 이유가 있어서일까?
아마도 둘 다 이유는 아닐 것이다.
이보다도 더 눈이 많이 온 때가 1996년인가 95년도인가 그랬다.
눈이 많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도 가게에 나가 문을 열었다.
학교도 문을 닫고, 은행도 문을 닫고, 모든 관공서도 문을 닫았는데도 그래도 나가서 문을 열었다.
2시경, 문을 닫은 이유는 눈이 많이 오기때문이 아니라 손님이 더 이상 오지 않아서였다.
하룻내 5명 정도가 와서 샌드위치를 사갔다.
그것도 모두 몇 집 건너사는 이웃들이었다.
모두들 "Are you crazy?"라고 물었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들이 나의 열심을, 근면함을, 용기를 칭찬하는 소리였을까?
그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모함이라고 생각햇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 눈속에 문을 열고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우리는 그런 무모함을 용기로, 그런 겁없음을 근면으로,소위 말하는 새마을 정신이라든가? 또는 한강의 기적이라든가? 하는 그런 말들로 현혹되어왔던 것이 아닐까?
이민생활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런 무모함을 전제로 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민이라는 것, 이민생활이라는 것,
남보다 더 열심히, 남보다 더 잠을 안자고, 남들이 위험해서 안하는 것을 하고, 그런, 이 곳에 먼저 온 백인이고 흑인이고 그런 사람들이 더이상 하지 않는 그런 일들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돈을 벌어 성공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
이런 것들이 우리의 이민생활을 관통하고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돈버는 것과 자녀교육.
이 두 가지가 우리의 이민생활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두 가지를 위하여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이민의 삶이 고립된 삶이라는 생각이 이번 눈 속에 갇히면서 하게 되었다.
때가 되어도 바캉스 한번 재대로 가지못하고, 일하는 기계처럼 죽도록 일하고, 이렇게 눈폭탄이 와도 가게문을 열어 놓아야 마음이 놓이는 우리는 사회로부터, 세월로 부터, 고국으로부터, 그리고 이렇게 날씨로부터도 고립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고립은 우리가 스스로 자처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고립된 이민의 삶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민의 이유 중의 하나인 자녀문제로 고민을 한다.
우리 주변에는 자녀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돈을 버는데 열중하느라, 어쩌면 우리는 자녀들을 우리들로부터 고립시킨 것은 아닐까?
우리의 고립된 삶을 아이들에게 우리도 모르게 전이해버린 것은 아닐까?
우린 이민의 삶에서 정말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
 
창을 통해 바라보는 바깥의 눈은 가로등 불빛 밑으로 소담스럽게 내린다.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 바람에 힘을 얻은 눈의 무게가 뺨을 때리지도 않는다.
그저 평화롭다.
고립이다!
집이라는 틀 안에서의 고립이다.
이민생활도 가게와 집과, 돈이라는 울타리로 고립되어 있다.
고립은 사회적응력을 차단시킨다.
경제붕괴로 경제가 어려운 지금, 많은 한인들이 돈이라는 울타리가 거두어지면서 당황하고 있다.
다른 민족들보다도 더 허둥대고 불안이 깊어진다.
이민의 생활 속에 돈마저 없어진 지금 어찌할 바를 모른다.
돈과 자녀 외에 눈길을 돌리지 않고 살아온, 우리들의 표현대로 성실하게 살아온, 열심히 일만하고 살아온 우리들은, 그 안에 고립된 삶을 살아온 우리들은 그 울타리가 거두어진 지금 어찌할바를 모른다.
 
고립의 반대말을 찾으라면 소통이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싶다.
우린 너무나 많은 소통의 단절 속에 살아온 것 같다.
미주류사회와의 소통, 이웃과의 소통, 자녀와의 소통, 우리 한인사회 끼리의 소통, 이런 소통들을 우리는 너무 오래, 많이 외면하고 살아온 듯하다.
인생의 의미를 돈과 자녀에서 주변으로부터의 소통을 통한 나눔과 더불어의 의미로 확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눈속에 고립되었다.
이민의 삶속에 고립되었다.
눈속에서 고립을 생각했다.
이제는 정말 이민의 삶에 방법과 의미를 다시 재고해야할 때인 것 같다.
 
 
 
이름아이콘 이모작
2010-02-23 05:53
인터넷 만이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사람입니다.
눈이라도 쌓여서 고립된거라면,
깊은 산속 암자라서 외롭다면 그 나마 다행일 것 같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일을 안 다녀도 외롭다는 겁니다.
소통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질이 문제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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